시험을 봅니다. 문제가 안보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시험지를 제출하는데 저는 문제가 보이는 듯하다가 안보이고, 당황해서 허둥대다 깨보면 꿈입니다. 책가방을 싸야 하는데 시간표가 어디 있는지 찾다가 가방을 못 싸고 또 깹니다. 무언가 답답한 이 느낌….수 십 년간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곤 했습니다.
80년대 초 형편상 대학 진학을 못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내내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학원을 전전하며 공부를 했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직장 생활도 적응 안되어 힘든데다 몸도 약한 편이라 학원가면 졸기 일쑤였어요.
너무 힘들어 학원도 그만 두게 된 어느 날,
독학사 제도가 생겼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헌데 그때는 어떤 책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제도가 정립된 것도 아니어서 모든 것이 미숙했어요. 무조건 1단계 시험 접수를 하고 문제집만 사서 한번 훑어보고 시험을 봤어요. 합격 보다는 어떤 유형으로 문제가 나오는지 파악 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그래도 5과목 중에 영어만 제외하고 4과목을 합격했습니다. 틈틈이 공부해서 2단계까지는 수월하게 합격을 했는데, 3단계는 심화과정이라 그런지 아무 도움 없이 혼자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그러다 지치고 미련만 남긴 채 포기하고 있다가,
30여 년이 훨씬 지난 즈음 더 나이 먹기 전에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헌데 영어가 문제였어요. ‘영어만 아니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어시험 안보고 합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학점은행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초기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YJ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공부를 안 했고 나이도 50이 넘은 터라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분명히 공부를 한 부분도 다음날 보면 또 처음 보는 것 같고, 정거장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
취직할 것도 아닌데 이 나이에 왜 시작해서 생고생을 하나 싶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 하루는 후회하고 하루는 다짐하고, 자기와의 싸움으로 또 몇 날을 보내며 공부에 적응하는데 2달 정도는 걸린 것 같아요. 그래도 동영상 강의 반복해서 듣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다 보니 차차 적응도 되고, 공부가 일상이 되고, 또 공부에 재미도 느끼게 되어 꾸준히 하다 보니 합격의 영광도 누리게 되는군요.
막막할 때 YJ 행정팀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성적으로 합격한 것이 아니라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악몽은 꾸지 않겠지’ 하는 마음에 뿌듯하답니다. 기회가 된다면 대학원도 도전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수명도 늘어나는데 할 일 하나쯤 남겨 놓는 것도 괜찮은 일인 듯합니다.
공부에 미련이 남은 분들께 독학사 제도를 권해봅니다.^^